“엄마는 어릴 때부터 손찌검을 자주 했어요. 집안일도 곧잘 시켰고요. 그런데 제가 제대로 못 하거나 곧바로 대답을 안 하면 머리를 쥐어박거나 발로 차기도 했어요. 불처럼 화를 낸 후에는 꼭 ‘나는 너 같은 애 몰라!’ 하면서 밥을 주지 않았어요.”
“어머님이 당신에게 체벌을 가하거나 밥을 주지 않는 것은 명백한 학대예요.”
제게 상담을 받으러 온 어떤 여성과의 대화입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확실히 고등학교, 대학교에 올라가니 때리는 일은 줄었어요. 그래도 화가 나면 손찌검을 하거나 물건을 집어 던지는 건 여전 했죠. 엄마한테 맞는 게 익숙해졌다고 할까요. 다칠 정도로 심하게 때리는 것도 아니고요.
아무리 당신의 부모가 최악이라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닐 겁니다.
<서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엄마와 딸> 책을 읽다보면 기가 막힌 사연들을 여럿 만나게 됩니다.
아들과 딸을 차별하는 엄마부터 남편에 대한 분노를 딸에게 퍼붓는 엄마, 딸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싫은 엄마까지 등장합니다. 하나의 사연만 살짝 공개합니다.
‘내가 왜 예쁘지도 않은 딸을 키워야 하는가?’ 하는 생각으로 억지로 딸을 키워온 엄마가 있습니다.
이 엄마는 남자 형제에게 둘러싸여 자란 탓에 남자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것을 싫어하는 등 여성적인 정서와는 상관없이 자랐던 것입니다.
그렇게 시원시원한 성격의 딸을 아버지는 남자보다 씩씩하다며 예뻐해 주었고 어느 순간 자신이 여성임에도 여성혐오 비슷한 정서가 자리 잡게 됩니다. 이런 엄마에게 생긴 딸은 최악의 감정을 선사하게 됩니다.
임신으로 일까지 그만두게 되자, 딸은 자신의 인생을 방해하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왜 나만 희생해야 하나 하는 원망과 불만이 딸에게 향했던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아이에게 분풀이하는 것은 잔인한 일입니다. 아이는 부모를 고를 수 없고 부모의 사정을 알지도 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가 어른이 되면 이런 최악의 엄마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음을 이해하게 됩니다.
책에는 수많은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라고는 했지만 실제 모녀관계를 참고로 쓴 것이라 자신의 상황과 꼭 맞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각 이야기에 등장하는 분들의 승낙을 얻은 후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개인적인 사항은 그대로 쓰지 않고 조금 바꾸었습니다. 본인의 이야기라고 느껴져도 그것은 우연의 일치일 뿐입니다.
이 책에 소개된 이야기들은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정도로 우리 주변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입니다.
부모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느끼고 있다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