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노 남보쿠[水野南北]는 18~19세기에 일본에서 활약한 전설적인 인물이다. 관상가이자 사상가로서 제자만 3000명 이상을 두었다. 그는 이전까지 기술이나 잡기로 치부되던 관상을 학문의 경지에 올려놓은 사람이다.
그는 대표적인 저서인 이 책에서 “음식이 곧 생명이자 운명이다”라고 주장한다. 얼굴 생김새만으로 길흉화복을 점치는 좁은 의미의 관상가나 이미 정해진 운명을 찾아내기만 하는 사람의 눈으로 보면 무척 이례적인 생각이다. 남보쿠의 철학에 따르면 평소 즐기는 음식이나 식습관을 바꾸면 운명도 바뀐다고 한다. 그는 식욕이라는 본능이 건강을 좌우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심 신의 건강이 정신과 육체를 좋은 쪽으로 혹은 나쁜 쪽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또 이런 요소가 운명을 만드는 기본이 된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남보쿠는 1757년(호레키[ 寶曆 : 1751~1763년에 사용된 일왕의 연호] 7년)에 태어나 1834년(텐포[ 天保 : 1830 〜 1844년에 사용된 일왕의 연호] 5년) 11월 1 일에 향년 78세로 사망했다.
그는 중년 이후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았다. 하지만 청년 시 절에는 매우 난폭했고 그에게서 학문적 소양 같은 건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한다. 일찍이 부모를 잃은 그는 툭하면 도박이나 싸 움을 일삼다가 18세에 감옥살이까지 했다. 그때 그는 죄인과 일반인의 얼굴 모양이 다르다는 나름의 판단을 하게 되었고 그 이후 관상이나 운명이란 주제에 빠져들었다.
감옥에서 나온 남보쿠는 명망 높은 관상가들을 만났는데 그 중 한 명이 뜻밖의 말을 했다. 남보쿠가 1년 안에 칼에 찔려 죽을 운명이라는 것이었다. 그 운명을 피할 방법은 단 하나, 스님이 되는 것이었다. 그는 살기 위해 절을 찾았지만 인내심 테스트부터 받았다. 콩과 보리만 먹고 일정 기간을 꼬박 버텨야 했다. 살기 위해 고통을 극복하고 마침내 스님이 되기 위해 절로 들어가려는 순간 예전에 만났던 관상가와 우연히 마주쳤다. 그는 남보쿠의 관상이 바뀌어 절에 들어가지 않아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남보쿠는 그때 큰 깨달음을 얻었다. 운명이나 관상은 본인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후 그는 관상에 대한 실증 연구에 열정을 쏟았다.
남보쿠의 연구는 옛 사람들이 기록한 문서 연구에 국한한 것이 아니다. 그는 무엇보다 현실의 사람들을 연구했다. 이발소에서 일하며 사람들의 면상과 두상을 연구했고, 목욕탕에서는 몸의 상을 관찰했다. 그리고 화장터에서 뼈와 골격을 공부했다. 연구 결과는 놀라웠다. 교과서로 삼았던 고전의 기록이 대부분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고전을 신성시했던 당시 풍토로 보면 무척 파격적인 생각이었다.
이 책에서 남보쿠는, 일본 문화권에서의 일반적인 서술법과 달리 자기 주장을 돌려서 말하지 않는다.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소신을 그대로 밝힌다. 이런 남보쿠의 학문적 관점에 따르면 오늘날 읽는 그의 책도 무조건 옳다고 따를 것은 아니다. 현대에 남보쿠와 같은 인물이 있다면 이 책 내용의 오류를 또다시 캐내 밝힐 것이다. 실제로 기록 곳곳에서 논란거리가 보인다. 대표적인 예가 책의 여러 곳에 드러난 남존여비 사상이다. 그는 여자들의 관상은 볼 가치도 없다는 식으로 책에 적어놓았다. 남자의 운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게 여자인데, 관상이 지나치게 좋으면 오히려 해가 된다는 게 그 이유다. 영양학적으로 보면 근거 없는 부분들도 보인다. 음식이 곧 신이라는 종교적 신앙에 가까운 자신의 생각을 따른 것이다. 현대 관점에서는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이지만 원문을 훼손할 수 없어 그대로 실었다. 독자 여러분도 이런 부분은 ‘당시 사회 분위기가 이랬구나’ 하는 식으로 이해하고 해석하기 바란다. 다른 것은 몰라도, 삶에 대한 적극적인 변화 의지를 강조하는 그의 철학이 많은 독자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원한다.
안준범 씀
안준범 미래예측연구소 (sajusolution.com)
관상연구가
《 관상궁합 》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