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을 하는 사람이 대식하는 것은 무방하다. 노동은 자기 자신을 위해 일하는 것 같지만 사실 세상 모두를 위해 일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이 먹지 않으면 그 일을 해낼 수 없다. 또 세상과 보살의 덕에 의해 부인과 자녀를 보살필 수 있는 것이다. 일하는 것도 그 은공인 것을 생각하면서 음식을 다뤄야 한다. 일을 많이 할 때는 양을 늘리고 또 일이 없을 때는 소식하고 정해진 양을 귀중히 먹으면 길게 일하지 않고서도 스스로 출세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이렇게 노동을 하다가 출세한 경우는 세상에 많은데 이 자들은 모두 음식을 신중히 여기고 절제한 사람들이다.
▶복이 있는 상이라고 하여도 금전을 함부로 다루는 사람은 복이라 할 수 없고 반드시 그 재산을 잃는다. 또 효도할 상이라도 효도한다 할 수 없으며 반드시 불효하게 된다. 금, 은, 동 이 세 가지는 나라를 움직이는 도구로 그 덕이 천하의 삼법삼덕과 같으며 이는 정(鼎. 중국 고대 제례용 용기 중 하나로 3개 혹은 4개의 다리가 붙고 양족에 귀가 달린 형태)과 같아서 어느 것 하나 빠져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이 금, 은, 동 중 하나라도 결여되면 그 집에 연기가 더 이상 나질 않는다. 가령 단 일원이라 할 지라도 부족하면 만원이라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작은 일원이라도 그 덕은 만원과 같다. 금전이라 하는 것은 밤낮으로 천하를 돈다. 부모가 자식 생각하듯 그 구실을 다하고 그 은혜 또한 끝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돈을 소홀히 하는 것은 스스로 부모를 저버리는 것과 같고 언젠간 그 집안은 망하게 된다. 돈을 집에 저축해두려고 한다면 항상 그 덕을 기리고 군주와 같이 존경해서 단 돈 일원이라도 허투루 사용해서는 안 된다. 또 돈을 쓸 때는 마음속으로 이 돈이 다시 돌아오기를 비는 마음으로 쓰면 빈궁할 상이라도 돈을 모을 수가 있다. 어디를 가든 자기를 존경해 주는 곳이어야 찾아가기 쉽고 찾아가서도 편히 있는 법이다. 이와 반대의 경우는 찾아가기도 싫고 설령 간다고 해도 오래있기 어렵다. 인생사 모두 같은 원리로 돈도 그러하다. 또 빈곤한 자나 재산을 탕진해 집을 잃은 자는 모두 돈을 소홀히 한 자들이다. 부자들이 돈을 취급하는 태도를 유심히 보면 돈을 존경하는 표정이 얼굴에 역력히 나타나있다.
▶정신착란을 일으키는 상을 가지고 있다 하여도 음식을 매일 규칙적으로 먹으면 착란을 일으키지 않을 수도 있다. 정신착란을 일으키는 상을 가지고 있는 자가 음식을 함부로 여기면 반드시 착란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는 마치 ‘여우가 달라붙은 꼴’이다. 이 여우가 달라붙는 상은 백일 동안 하루 세 끼의 밥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여우도 그 어떤 종류도 나가 떨어진다. 또 심하게 몇 년간 앓고 있는 경우라도 3년간 이것을 지키면 자연히 낫게 된다. 이것은 붙어있던 것이 떨어져 나가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절제하고 바르게 함으로써 정신이 스스로 맑게 되고 간의 기(氣)가 자연히 다스려지기 때문이다. 정신착란을 일으키는 자에게 아무 음식이나 함부로 주게 되면 더욱 심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음식은 정신을 다스리는 근본인데 그 근본이 흔들리기 때문에 정신도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음식의 양이 신분에 맞게 정해져 있다 하더라도 매일 먹는 음식이 신분 이상의 사치스러운 자는 출세할 상을 가지고 태어났다 하더라도 출세할 수 없다. 음식은 반드시 자신의 신분과 분수에 맞추어 절제해야 하는 법이다. 군주는 군주의 식사가 고관대작도 그 직급에 따라 그 나름의 음식이 정해져 있다. 벼슬이 없는 자가 고관의 음식을 먹는다고 하면 이미 음식은 고관의 위치에 있는 것과 같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관직에 오를 수 없다. 따라서 출세할 상을 가지고 있어도 필요이상의 사치스러운 음식을 즐기면 출세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다. 또 중간 벼슬의 사람이 낮은 관직의 음식을 즐기면 추후 자신의 봉록이 그만큼 올라가는 결과가 되어 상위의 관직에 오를 수 있다. 또 중간 벼슬의 사람이 그에 걸맞은 음식을 먹는다면 아무런 발전이 없다. 따라서 출세를 바라는 자는 매일 밥에 반찬 하나의 생활을 엄격히 지키면 반드시 출세한다. 또 가난한 자는 항상 반찬 하나의 생활을 하지만 노동하는 자는 대식해도 된다고 해서 매일 대식하게 되면 그것이 쌓여 점점 더 가난하게 된다. 스스로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식생활을 절제하고 엄중히 지켜야 한다.
▶노동자는 많이 먹어도 된다고 해서 항상 대식하게 되면 하늘과 땅 모두에게 빚을 지게 되고 결국 평생 일해야 한다. 이것은 천지에 빚이 있어 일하지 않으면 먹지 못하는 것과 같고 가난한 자가 매일 빚을 갚지 않으면 빌려줄 사람이 없어지는 이치와도 같다. 따라서 하늘과 땅 사람은 일체라 하였다. 또 자신의 분량보다 대식하는 자는 출세하지 못하고 평생 일해야 한다. 반면 일도 열심히 하고 대식하는 자가 음식을 절제하고 아끼게 되면 하늘에서 내려주는 식록(食祿)이 연장되어 자연히 여록이 생기게 되고 여생을 편히 보낼 수 있게 된다. 매일 열심히 일해 벌면 출세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절약하고 조금이라도 하늘에서 주어진 식록을 연장하여 그것을 기반으로 출세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좋은 옷을 입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출세를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음식을 절제하고 엄중히 다루는 것이 가장 기본이다. 물건이 없기 때문에 일하게 되는 것이지 물건이 충족되면 굳이 일할 필요가 없다. 물건도 충족되고 일도 충족되는 것은 이 세상에 없다.